
소개
2022년 개봉한 올리비아 뉴먼 감독의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Where the Crawdads Sing)>은 생태학자 출신 작가 델리아 오언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원작은 출간 이후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에서 190주 이상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인생 소설'로 꼽힙니다. 할리우드 배우이자 제작자인 리즈 위더스푼이 영화화 판권을 구매하고 직접 제작에 참여해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영화는 1950~60년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습지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어린 시절 가족에게 버림받고 홀로 자연 속에서 살아남은 주인공 카야가 전 남자친구의 의문스러운 추락사로 살인 용의자로 몰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작품은 서정적인 성장 로맨스이자, 법정 공방을 둘러싼 미스터리 스릴러이기도 합니다. 카야 역은 데이지 에드가 존스가, 첫사랑 테이트 역은 테일러 존 스미스가, 체이스 역은 해리스 디킨슨이 맡았습니다.
줄거리
아버지의 폭력에 가족들이 모두 집을 떠나고, 끝내 아버지마저 사라지자 어린 카야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습지의 집에서 홀로 살아갑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습지 소녀'라 부르며 차별하고 편견 섞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어린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갔던 학교에서 글자도 모르고 신발조차 신지 않은 자신을 비웃는 아이들의 모습에, 카야는 자연에서 배울 것이 더 많다며 학교를 뛰쳐나옵니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다시 만난 오빠의 친구 테이트는 카야에게 글자를 가르쳐 줍니다. 그는 카야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고, 두 사람은 곧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그러나 합격한 대학 생활을 위해 마을을 떠나야 했던 테이트는 카야에게 출판사 연락처를 건네며, 그동안 그녀가 그려온 습지 생태계의 삽화와 원고를 보내보라고 권합니다. 떠나는 그를 보며 불안해하는 카야에게 테이트는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카야는 다시 혼자가 됩니다.
스스로 닫아둔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려던 카야에게 이번에는 마을의 인기남 체이스가 접근합니다. 그는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결혼을 약속하고 카야의 마음을 얻습니다.
그러던 중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카야의 집 주변을 맴돌기 시작하면서 카야는 보금자리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집의 소유권을 확인해 보니 자신의 땅이 맞았지만 밀린 세금이 문제였습니다. 세금을 대납한 사람에게 소유권이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돈이 절실했던 카야는 자신이 작업한 그림과 원고를 출판사로 보냈고 마침내 긍정적인 답신을 받게 됩니다.
마을에서 이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누기 위해 체이스를 찾아갔던 카야는 우연히 그의 약혼녀를 목격합니다.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카야는 그에게 이별을 통보하지만, 체이스는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카야에게 폭력을 휘두릅니다.
체이스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카야는 출판사 미팅을 핑계로 일주일간 마을을 떠나기로 합니다. 그런데 그녀가 떠나 있던 밤, 체이스가 화재 감시탑에서 추락해 시체로 발견됩니다. 경찰은 이를 사고사가 아닌 타살로 보고, 카야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감상 후기 (스포일러 포함)
영화는 상영 시간 내내 수려하고 신비로운 습지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살인 사건 용의자가 된 카야의 법정 장면과,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성장해 온 과정을 번갈아 보여주는 구성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해서 봤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결말의 반전이었습니다. 카야는 무죄를 선고받고 테이트와 함께 습지에서 평화로운 여생을 보냅니다. 그런데 훗날 카야가 세상을 떠난 뒤, 테이트는 그녀의 유품에서 사라졌던 체이스의 조개 목걸이를 발견합니다. 체이스를 죽인 진범이 카야였다는 게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법과 도덕의 기준으로 보면 카야는 용서받기 힘든 살인범입니다. 하지만 평생 습지에서 홀로 살아남아야 했던 카야에게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폭력과 고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지켜낸 카야의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