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2021년에 공개된 영화 〈내가 그 소녀들이다〉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어두운 역사를 바탕으로 제작된 실화 기반 범죄 스릴러입니다. 남아공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된 미성년자 대상 인신매매 카르텔을 소탕하려는 수사관의 추적과, 과거 납치 피해자였던 인물이 성인이 되어 가해자들을 향해 직접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 과정을 교차하여 보여줍니다. 도노반 마시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배우 에리카 웨셀스가 수사관 조디 스니반 역을, 흐루비 음보야가 톰비존케 비파이 역을 맡아 밀도 높은 열연을 펼칩니다. 러닝타임은 107분으로, 화면상에 과도하게 잔인한 장면이 직접 묘사되지는 않으나 다루고 있는 범죄의 무게와 정서적 충격으로 인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줄거리
1994년 남아공에서 6명의 소녀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납치된 소녀들은 요하네스버그 동부의 브락판 농장으로 끌려가며, 이들 중 5명은 농장 인근의 비행장을 통해 중동으로 넘겨져 석유와 맞바꿔 팔려 나갑니다. 남겨진 한 소녀는 납치를 사주한 핵심 권력자에게 무자비하게 유린당합니다. 이 충격적인 정황은 훗날 체포된 범인 거트 데 야거의 자백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납니다. 그와 그의 여자친구가 이러한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배후에는 당시 국민당 출신 유력 장관의 지침이 존재했습니다. 나아가 거트 데 야거는 피해자가 5~6명에 그치지 않고 대략 40여 명에 달한다고 증언합니다.
세월이 흘러 현재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합니다. 총격을 입고 사망한 60대 남성의 가슴에는 'T.S.C'라는 의문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습니다. 한편 인신매매 일당을 검거하려던 현장 급습 작전에서 세 번째 실패를 맞이한 형사 조디는 상부의 질책을 받고 해당 사건에서 배제된 채 60대 남성 살인사건으로 좌천되듯 투입됩니다.
사망자의 주거지를 수색하던 조디는 마당에서 그네를 타며 차고만을 응시하는 피해자의 손녀를 목격합니다. 이상한 낌새를 채고 차고 천장을 수색한 조디는 숨겨져 있던 비디오테이프를 찾아냅니다. 동료 톰비와 함께 확인한 영상 속에는 사망한 남성이 친손녀를 상대로 성착취를 일삼은 끔찍한 범죄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톰비의 조언을 들은 조디는 피해자의 가슴에 새겨진 이니셜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자리를 뜨고, 홀로 남은 톰비는 비디오 화면을 바라보며 깊은 슬픔의 눈물을 흘립니다.
과거 브락판 농장에서 유린당했던 소녀는 이용 가치가 떨어졌다는 잔혹한 이유로 사창가로 팔려 갔습니다. 그곳에서 한 여성으로부터 동화책을 건네받으며 잠시 온기를 느끼지만, 그 짧은 안식마저 침범당한 채 방으로 들어서는 남성들에게 다시 짓밟히고 맙니다.
조디는 규정을 어긴 채 입수한 단서를 들고 밤중에 상관을 찾아가 피해 남성의 가슴에 새겨진 이니셜이 과거 납치된 희생자의 이름이며 사건의 뿌리가 거트 데 야거의 납치극과 연결되어 있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그러나 실물 자백 테이프를 확보하지 못해 흥분한 조디에게 상관은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립니다. 조디가 낙담해 있는 그날 밤, 과거 소녀가 수용되었던 바로 그 사창가에서 또 다른 권력자가 살해되고 시신의 가슴에는 'F.H'라는 새로운 이니셜이 새겨집니다.
감상 후기(스포일러 포함)
이 영화는 자극적인 장면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성인 권력자들에게 짓밟힌 어린 소녀들의 고통을 보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못하고 권력을 누리는 반면, 피해자들은 평생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영화 내내 깔려 있습니다.
주인공 조디는 정의감은 넘치지만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결정적인 순간마다 일을 그르칩니다. 이런 미숙한 모습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거대한 권력 카르텔 앞에서 공권력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반면 법 밖에서 직접 응징에 나서는 복수자의 모습은 통쾌하면서도, 사적 제재가 남기는 씁쓸함도 함께 느끼게 합니다.
작품 말미에 언급되듯, 전 세계적으로 매년 50만~70만 명의 여성이 인신매매로 사라지고 그 절반 이상이 어린아이이며, 원래의 삶으로 되돌아오는 비율은 1% 미만이라고 합니다. 힘없는 여성을, 그것도 가장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를 상대로 한 범죄는 전 세계에서 하루빨리 뿌리 뽑혔으면 합니다.